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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 Column ]/Self Trainning

김학훈 대표, “지식 공유가 강소기업 만든다”

참여, 공유, 개방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하면서 ‘웹 2.0′ 바람이 크게 불었다. 이런 화두와 바람은 자연스럽게 기업 시장에도 불어닥쳤다. ‘엔터프라이즈 2.0′이라는 말로 포장된 이런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단적인 예로 해외 기업들은 기업 내부 모든 임직원들의 이력들을 인사부서와 해당 팀 부서장들의 동의 아래 전면적으로 공개하면서 사내용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만들었고, 수많은 기업내 전문가들을 찾아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위키라는 툴을 사용해 서로의 지식을 빠르게 나누기도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불어닥친 스마트폰 열풍 때문인지 ‘엔터프라이즈 2.0′이라는 화두는 식은 듯 하다. 그렇지만 국내 많은 경영진들은 수직적인 의사소통 구조를 수평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년간 축적된 지식을 공유하는 일은 가장 기본적인 일이기 때문에 국내 대기업들은 지식관리시스템(KMS)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어느 기업은 지식 공유가 잘되기도 하지만 또 어떤 기업들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걸까. 지식관리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또 앞으로 일해 갈 김학훈 날리지큐브 대표를 만나 궁금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식경영 전도사를 자처하는 김학훈 날리지큐브 대표는 “직장인들끼리 술자리에 모이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뭔지 아세요? 급여나 복지 얘기가 아닌 회사 분위기를 말합니다. 직장인들이 일하고 싶은 분위기를 회사들이 가질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습니다”라고 관련 사업을 진행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젊은 회사원들이 ‘마인드가 좋고 분위기가 좋은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한다’는 욕구를 보고 ‘지식경영’을 화두로 잡았다. 그렇게해서 지식경영 컨설팅업체 날리지큐브가 출범했다.

지식경영은 기업내 지식 포털을 구축해 조직구성원의 지적 데이터를 축적하고 계량화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영하는 기법이다.

다소 딱딱하고 어렵게 들리는 이 경영방식을 우리나라 기업체들은 잘 받아들였을까?

김학훈 대표는 “물론 처음에는 기업들이 시큰둥했지만, 이제는 느리기는 해도 지식경영컨설팅을 받고 도입하려는 회사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며 “해볼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직원들이 신바람 나서 일하기 좋아하는 회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우리나라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것 아니겠냐”며 “날리지큐브는 바로 그런 기업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데 도움이 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실제 인터뷰를 하러 회사를 방문한 날, 회사 곳곳의 분위기는 정말 화기애애했다. 뭔가 소통과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분위기랄까.

김학훈 대표는 “우리 회사에 제일 먼저 지식경영을 도입했다”며 “직원들은 매일 아침 출근해 사내 정보망에 로그인 한 뒤, 거기에서 자동으로 일정관리 같은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날리지큐브는 사내 정보망을 단순히 게시판 용도로서 활용하는 일부 기업들과 달리 그날 직원들의 하루 일정과, 일하는 방법, 사내 프로젝트 진행과정 등을 자동으로 공지하고 있었다. 신입직원들이 별다른 교육없이 사내 정보망에만 접속하면, 원하는 도움을 다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구축됐을 정도라고 한다.

최근엔 재미난 시도도 하고 있다. 패키지를 개발해 제공하던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시대에 맞는 ‘서비스’ 시장에도 발을 담갔다. 바로 KT와 함께 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지식포털 ‘오아시스‘가 그것이다.

김학훈 대표는 “우리나라가 5만 달러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강한 나라가 돼야 한다. 그런데 법무나 특허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대기업들은 해당 부서와 인력이 풍부하다. 중소기업들은 그런 인력이 많지 않다. 이를 지식 공유로 해결하면 어떨까 고민해 본 것이고 그것이 현실화된 것이 바로 오아시스”라고 밝혔다.

그는 “다 아는 이야기지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사업에 필요한 수많은 전문가들이 있다. 또 현업의 전문가들이 많다. 이들의 지식들을 많은 중소기업들과 나눌 수 있도록 SaaS(Software as a Service)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서비스를 시작했던 이 서비스를 기업 내부의 지식관리 시스템과 연동시켜달라는 요구도 무척 많았다. 그만큼 필요했다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직원들 간 자연스런 소통이 우리나라 모든 경영에 퍼지길 바라고 있는 김학훈 대표를 만나보았다.

엔터프라이즈 2.0이라는 화두가 쏙 들어간 것 같다. 한 때 KMS 업체들이 모두 엔터프라이즈 2.0 전문 솔루션 업체라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그런가. 생각해보니 요즘 엔터프라이즈 2.0이라는 말은 잘 듣지 못했다. SNS가 너무 떠서 그런가. 엔터프라이즈 2.0은 트렌드가 아니고 생각의 문제인 것 같다. 사업을 할 때 혹은 사람과 교류를 할 때 생각의 차이말이다. 독불장군처럼 하느냐 오픈해서 가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솔루션이 웹 2.0이 따로 있고, 엔터프라이즈 2.0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지식경영컨설팅,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나.

예를 들어,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기면 헬스장에 가서 퍼스널 트레이너에게 코치를 받는다. 지식경영컨설팅도 마찬가지다. 회사 내에서 직원들끼리의 소통에 변화를 주어서 직원들간 원활한 소통이 될 수 있게 코칭 해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직원들끼리 자기 업무에 대해서 공유하는 문화가 당연시 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공유보다는 경쟁의 특성이 더 높다. 한 직원이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굉장히 좋은 방법을 발견해내도, 다른 사람들과 공유되지 않으면 그 좋은 아이디어는 결국 묻히게 된다. 우리 컨설팅은 사내 이런 문화에 해소에 도움을 준다. 즉 지식경영은 다른게 아니라 내가 해보지 않았던 것, 해봤던 것에 대해서 공유하고 그 재미를 회사 반응을 통해 얻도록 도움 주는 것이다.

컨설팅 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지식관리시스템(KMS)이라는 솔루션 사업이 있다. 이 솔루션을 기업에 공급하면서 컨설팅을 주로 해주는데, 기업마다 효과가 천차만별이다. 포스코의 경우는 상당한 성공사례다. 단순히 솔루션을 도입하려는 것이 아니라 진짜 지식을 나눌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고, 컨설팅에 대해서도 그 가치를 인정해줬다. 가장 좋았던 것은 경영자들의 마인드가 획기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사들은 컨설팅받고 솔루션만 도입한 후 정체된 모습을 보인다. 마치 ‘좋은 기술 들여왔으니, 이제 됐어’라는 태도랄까. 이런 경우에는 컨설팅을 해주고도 굉장히 답답하다.

사실 우리나라 기업은 매년 전문 경영자만 바꿔주면 회사는 돌아가게 되어 있다. 새로운 경영자가 올 때마다 한결같이 매출 성장을 목표로 하며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건 굉장히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실적은 올라갈지 몰라도 실효성은 없는 경영 형태로 순환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진정한 회사 발전을 위해서 사내 소통이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최근에 국내 기업 환경에 맞는 SNS ‘오아시스’를 선보였다고 하는데, 소개를 해달라.

간단하게 말하면 대한민국 중소기업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지식경영솔루션이다.

어떻게 해서 오아시스를 생각하게 됐나.

사실 우리나라 시장은 외국과 매우 다르게 움직이는 추세를 보인다. 인터넷 포털 시장만 봐도 전 세계적으로는 구글 바람이 불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우리나라는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국내 포털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또 유통 부문만 살펴봐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월마트, 까르푸보다도 한국인 취향에 맞는 이마트, 홈플러스가 대세다.

우리가 만든 지식경영솔루션도 이 점을 고려해서 만들었다. 한국 사람들 특성, 습성이 많이 묻어있는 서비스로 ‘오아시스’를 개발하게 됐다.

지식을 공유한다는 개념은 좋은데 여전히 공유를 하면 후발주자 혹은 다른 이에게 추월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사업을 하면서 많은 고객들을 만나다보면 우리나라가 기술이 뒤져서 2만 달러 언저리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마인드가 선진국에 비해서 뒤져있다. 선진국들은 프로젝트가 끝난 것들을 공유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공유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공개를 유도하기 위해 ‘당근’을 주는 사회다. 물론 이런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는 아주 작은 나라고 그 안에서 엄청나게 경쟁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다.

돌이켜보면 나도 직장생활을 할 때 노하우를 잘 내놓지 않았다. “그래 너 한번 해봐라. 어디 보자”라는 생각을 했다. 근데 참 웃기는 일이다. 노하우를 알면 하루면 될 일인데 한달 고생하는 걸 지켜본다. 물론 고생을 하면서 나름의 깨달음도 얻는 게 있다. 하지만 회사 전체적으로 보면 엄청난 손실이다. 기회의 손실로도 이어진다. 나도 처음에는 ‘내놓으면 손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냥 한두개씩 공개해 봤더니 반응이 재밌더라. 더 공부하게 되고. 내놓는 것이 손해가 아니라는 걸 경험하고 나서부터는 공유를 강조하고 있다.

솔루션을 도입한 기업들을 방문해 봐도 실제 공유 문화가 안착된 곳들은 20% 미만이다. 계속해서 안착시킬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

지식 공유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서로 다른 회사들을 다니는 직장인들끼리 술 한잔하다보면 “그 회사 분위기 어때”라고 묻는다. ‘거기 얼마나 줘’라고 묻기도 하지만 많은 직장인들은 회사의 분위기가 좋다고 하면 부러워한다. 월급의 많고 적음이 절대적인 척도는 아니다. 회사를 소유한 오너나 전문 경영인들도 자기 회사가 근무하기 아주 좋은 분위기가 되길 원한다.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지식 공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지식 기반 소프트웨어가 나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식경영솔루션 사업을 하다보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그 회사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는게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지금 어떻게 보면 기업에 솔루션이라는 ‘깡통’을 공급만하지 안에 있는 내용물을 공급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기업 입장들이 ‘깡통’ 뿐만 아니라 콘텐츠에도 관심을 갖고 있어 오아시스라는 콘텐츠도 같이 공급하고 있다. 앞으로 지식공유솔루션에 오아시스를 접목하는 형태로 기업 사내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요즘 소프트웨어 분리 발주 제도 도입과 관련해서 많은 논의가 있다.

분리발주만 하면 다 될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정작 필요한 것은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하나로 뭉쳐서 단일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익 단체가 돼서 파워를 보여주자는 건 아니지만 소프트웨어 관련된 협회가 한 15개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 내부의 목소리가 통일돼 있지 않은데 누구에게 뭐라고 이야기하는 게 참 웃긴 일이다.

사업자들 입장에서도 정부에 신세질 생각하지 말고 사업을 해야 한다.

또 정부가 소프트웨어를 정말 육성하고 싶다면 해당 공무원들의 처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소프트웨어 담당 부서가 해당 조직에서 찬밥 신세인 것을 자주 본다.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소프트웨어 담당 부서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키울 수 있는 부서인데 힘도 별로 없다. 이래가지고 소프트웨어 산업을 키울 수 있을까?

사업을 하면서 가장 잘한 결정과 가장 후회되는 결정은 무엇인가.

최근 시작한 직장인 지식포털 오아시스를 시작한 일이 가장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제품 개발을 주로 하던 회사에서는 서비스 기반의 사업을 시작하기가 힘들다. 오아시스를 시작하면서 제품 기반에서 서비스 기반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것에 대해 큰 의의를 두고 있다.

후회되는 결정은 모 대형 포털 사이트를 고소하지 않은 일이다. 이제까지 사업을 하면서 크게 후회되는 결정은 없었지만, 최근 들어 후회되는 일이 생겼다. 저희가 제안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2010년까지 모 대형 포털 사이트와 함께 일을 했다. 하지만, 2010년에 포털 측에서는 해당 비즈니스를 자사가 직접 하겠노라고 일방적인 선언했고, 저희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스란히 빼앗긴 것에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아직 고소를 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계속 후회가 되는 결정으로 남아있다면 저희 나름대로의 대응 방안을 모색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Reference
http://www.bloter.net/archives/69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