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7월에 만났던 조규곤 파수닷컴 대표는 ‘앞으로 10년이 진짜 위기’라는 조금은 과격한 말을 했었다. 새로운 격변기에 제대로된 제품군을 만들어 내야 하는 과제란 뜻이었다. 기존 파수닷컴의 사업인 ‘디지털저작권관리(DRM)’와 ‘소프트웨어 품질관리’는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 더 큰 기회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말이었고, 또 다른 신성장동력도 찾아내야 한다는 다짐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 다시 만난 조규곤 대표는 그때와는 달리 조심스러웠다. 1년 전만해도 거침없이 쏟아내던 답변도 몇번을 곱씹어보면서 말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성과가 나타나기 진적이라 먼저 이야기하기 조심스럽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동안 노력했던 해외 시장의 성과가 이제 코 앞으로 다가왔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기 전이라 말을 하기 조심스럽다는 것.
그 사이 파수닷컴은 ‘2020년 매출 5000억원, 세계 100대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매출 100억원대에서 10년만에 5000억원을 하겠다니 정말 큰 포부다. 물론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는 않는다. DRM이나 소프트웨어 품질 관리만을 가지고 그런 매출을 달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조규곤 대표는 “전혀 다른 분야도 물색해 보고 있습니다. DRM과 소프트웨어 품질 관리인 정적 분석만으로 그렇게 되기 힘든 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라며 “물론 이 분야도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시장 기회가 있을 것이고 시장 규모도 훨씬 클 것입니다. 이 분야에서 1위를 하는 건 당연한 목표죠. 나머지 분야는 지속적으로 찾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국내 매출보다 해외 시장에서 60% 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중입니다”라고 밝혔다.
1년전 인터뷰 당시에 그는 꼭 미국 진출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미국에서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일본이나 중국 등 아시아 시장 진출도 쉽지가 않다”고 밝혔다. 그 대답은 여전히 유효할 까. 그는 “여전히 그렇다. 미국 시장에서 좋은 성과들이 나타날 수 있도록 노력중”이라고 전했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파수닷컴은 지난 6월 14일에 DRM 분야에서 전세계 쟁쟁한 경쟁자들을 재치고 미국 유명 리서치 회사인 포레스트 앤 설리반(Frost & Sullivan)에서 수여하는 “Global Competitive Strategy Innovation of the Year”를 수상했다.
가시적인 성과를 기다리는 건 기자보다 오히려 내부 구성원들이 더할 것이다. 하지만 기자 생활 마치기 전에 그 성과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기자의 욕심으로 인해 채근 아닌 채근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국내 시장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중인 조규곤 대표를 만났다.
많은 기업들은 모바일과 클라우드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파수닷컴은 어떤가?
우리도 마찬가지로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두 가지 정도죠. 하나는 그동안 전혀 안해봤던 분야에서 기회가 있을지 찾아보는 것이고 또 하나는 기존 분야에서클라우드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죠.
콘텐츠 보안이라는 것이 클라우드 환경에서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환경이 바뀌면 기존 기술도 조금씩 변해야 합니다. 우리의 기술을 어떻게 클라우드에 접목할 수 있을 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콘텐츠 사업자들이 PC에서 다운받는 걸 굉장히 우려했습니다. 불법 복제되고 P2P(Peer to Peer)로 쉽게 공유될 수 있기 때문이죠. 여전히 이런 환경이 없는 건 아니지만 모바일은 좀 다르다고 봅니다. 특히 모바일은 클라우드와 아주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음악이나 게임, 교육 콘텐츠를 모바일 기기에서 다운받는 걸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잖아요. 고객들이 수용하는 태도들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희 같은 업체에게 기회가 올 것으로 봅니다.
SaaS(Software as a Service) 사업을 공격적으로 전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되나?
초기 사업 모델이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였다. 그것도 개인대상이었다. 너무 빨리 했다가 패키지로 돌아서서 지금까지 왔다. 당연히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은 사업 모델이다.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각 사업자들과 손을 잡고 해도 된다. 많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어떤 클라우드 서비스 프로바이더(CSP)와 손을 잡을 지 고민하고 있다. 속도와 매니지먼트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신규 사업팀을 꾸린 것으로 알고 있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기존 사업에서 조금 더 나아간 것 혹은 연관된 것을 찾게 되더라구요. 아무리 다르게 생각하려고 해도 그렇게 됩니다. 기존 조직에 속한 이들의 사고력이 거기에 머물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아예 회사 사업과는 무관한 것을 맘대로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사내벤처 형태인가.
어떤 형태로 추진할 지 명확히 세워진 기준은 아직 없습니다. 사내벤처 형태가 될 수 있고, 분사일 수도 있죠. 아이템을 보고 판단할 문제라고 봅니다.
지난 4월 소프트웨어 품질관리와 관련한 ‘스패로 4′를 발표했다. 무엇이 달라졌나
조금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그동안은 C와 C++로 개발하는 것 위주로 지원을 했습니다. 이제는 자바(JAVA)도 지원하기 시작했죠. 국내 많은 기업들이 자바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지원한 것이죠.
DRM쪽도 꾸준히 기능이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임시 권한 같은 기능입니다. DRM을 걸어놓고 권한을 세부적으로 나눠놓더라도 예외 사항이 기업에서 생기게 됩니다. 그렇다보니 우리나라의 경우 권한들을 요청할 때마다 부여하는 게 귀찮으니 한꺼번에 다 부여하는 경우가 많죠.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습니다. 이번 기능은 원래는 4명 중 3명에게만 권한을 부여해야 되는데 나머지 한명이 잠깐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권한을 임시적으로 얻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것이죠. 일단 권한 설정은 좁게 했다가 조금 넓혀줘야 문제가 최소화됩니다.
보안성과 편의성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2020년 매출 5000억원으로 세계 100대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DRM과 스패로우 만으로 가능할까 싶다.
분야는 한 4개 정도 보려고 합니다. 두 개는 이미 하던 것이죠. DRM과 정적 분석입니다. 두 개는 아직 모릅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수준 정도만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 분야에서 세계 1등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시장이 제대로 열리지도 않았습니다. 해외는 오히려 시장이 더 느리죠. 초고속인터넷 인프라가 가장 잘되어 있다보니 유관 서비스도 함께 발전한 경우입니다. 이런 대열에 많은 국가들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규모는 국내와 비교도 안됩니다.
5000억원 정도 될 때는 해외 매출이 60% 정도 돼야 합니다. 지금은 10% 정도도 안됩니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야 됩니다. 1단계로 일본에 진출했다가 미국으로 가는 곳도 있습니다. 저희도 일본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일본 시장이 커지려면 DRM이나 정적 분석 같은 것들이 미국 시장에서 제대로 성장해야 합니다. 설명이 굳이 필요가 없어지거든요. 그래서 더 미국 시장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보안을 이야기하면 항상 물리적인 보안, 네트워크 보안을 생각합니다. 그것이 애널들의 고정관념입니다. 그 부분을 저희가 잘 설득하려고 합니다.
최근 미국 워싱턴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AIIM 2011′에서, 복사기와 프린터, 팩스, 스캔 기능을 하나로 합친 디지털 복합기(MFP, Multifunction Printer)의 정보 유출을 차단하는 ‘Fasoo MFP Shell’을 공식 출시했다. 이건 어떤 것인가
특정한 영역에만 기술을 적용하다보면 시장이 작습니다. 고객의 요구에 맞는 형태로 발빠르게 원천기술을 적용할 필요가 있고, 이번에 선보인 것이 바로 이런 분야입니다.
DRM을 일반 기업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일반화’한 것이죠. 복잡한 기능들은 줄이고 실제 편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문서나 콘텐츠 유통은 어느 기업, 어느 나라든 보편적인 일입니다. 고객들은 안전하고 편하게 사용하고 싶어하죠. 없었던 기능을 새롭게 만들었다기보다는 원래 있던 기능들을 복합기에 잘 적용할 수 있도록 인티그레이션 한 것으로 보면 됩니다.
기업들이 문서 중앙화를 하는데 문서 보안을 위한 포인트 솔루션이라고 보면 됩니다.
DRM은 여전히 시장 개화가 더딘 것 같다.
보안이라는 관점의 DRM과 콘텐츠 유통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DRM 프리’는 음악 서비스에서 나왔죠. 하지만 여전히 영화와 이북은 DRM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영화나 이북이 상대적으로 음악 콘텐츠에 비해 비싸기 때문인 듯 싶어요. 영화나 이북은 한번 보면 끝나기 때문에 투자비를 회수하려는 욕구도 있겠죠.
초창기 콘텐츠를 위한 DRM를 누가 표준을 만들어 선점하느냐는 관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습니다. 상당히 복잡한 것이 필요한 게 아니라 편의성을 주는 안전한 장치가 필요했던 것이죠.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국내 콘텐츠와 해외 콘텐츠 모두가 즐기는 대상일 뿐입니다. 콘텐츠 비즈니스는 항상 국경을 넘나듭니다. 우리도 이런 변화에 더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중입니다.
물론 기업 시장은 이미 DRM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는 여전히 시장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인터뷰에서 미국 시장에서 뭔가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어떤 준비를 했고, 어떤 성과를 내고 있나?
단기 목표로는 미국 시장에서 어떻게 정착하느냐가 고민입니다.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당연히 미국 회사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방식은 우리 채널들을 구축을 하고, 시장을 또 만들어야 합니다. 채널들이 시장을 만들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유명 애널리스트들과 접촉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보고서에 DRM하면 파수닷컴이 떠오를 수 있도록 솔루션과 회사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가서 전시를 하는 이유도 저희가 더 많이 알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활성화되면 지사도 만들어야 합니다. 내년에 이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일어날 것 같습니다.
애널리스트들과 만나다보면 제품의 포지셔닝을 가장 먼저 묻습니다. 이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시장 진출이 여의치 않습니다. 상당히 논리적이여야 하고 근거가 확실해야 합니다. 국내 마케팅과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 법안이 통과됐다. 파수닷컴에 호재아닌가?
법안에서는 최소 사항만 다뤘습니다. DRM은 어떤 정보를 정해진 대로만 쓰도록 한 것이죠. 그것이 개인정보 사용 규칙을 정하고 그 범위안에서 보장을 합니다. 권한 설정 문제기 때문에 약간의 호재는 있겠죠.
개인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너무 쓸데없는 개인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걸 줄이는 것이 개인정보보호 유출 문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지 않을가 싶습니다. 닷컴 붐이 일 때 회원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으면 회사 가치가 올라간다는 잘못된 인식이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이죠. 자신의 주력 사업에 도움이 안되는 회원들의 개인정보는 버리는 것이 더 낫다고 봅니다. 뭘 해야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지 고민하는 것보다 필요없는 걸 없애는 것이 기업들에게 더 좋을 수 있습니다.
- Reference
http://www.bloter.net/archives/68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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