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가져라. 포기하지 말라. 지금이 기회다. 바로 행동해라. 현실을 직시해라. 꿈만 찾으면서 현실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
학생 때 창업해 17년간 회사를 이끌어 온 오치영 지란지교소프트 대표의 말이다. 그는 지방대 출신이다. 충남대학교 전산학과를 나왔다.그가 대학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환경의 탓을 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것. 17년간 굴곡도 많았지만 그는 여전히 ‘열정’이라는 말을 쏟아내고 있다.
4명이 시작한 지란지교소프트는 지금 직원이 130명이다. 연매출은 1천만원에서 지난해 200억원에 육박했다. 올해는 300억원을 넘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2001년에 매출 100억원을 올렸다. 사업 시작한 후 14년만이다. 그런데 이제 불과 4년 만에 300억원을 넘보고 있다. 도깨비 방망이를 가진 것도 아닌데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제 기업공개를 해도 되겠다’고 했더니 그는 “상장은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필요한 때 할 수 있다”며 담담해했다. 이유가 있다. “지난 2000년 당시 상장을 위해 외형을 키우려 한 적이 있다. 내실없이 덩치만 키우려다 여파가 만만치 않았”던 기억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내실을 기하면서 직원들이 창의적으로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지란지교소프트 사이트에 가면 재미있는 이미지들이 많다. 그 중 하나가 고래다. ‘그린 소프트웨어 팩토리’.
오 사장은 “고래는 꿈을 상징한다. 우리는 큰 이익때문에 사회적 역기능에 눈감기 보다, 순기능과 함께 얻을 수 있는 작은 이익을 우선시 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영화 ‘고래 사냥’이 생각났다. 중학생 시절이던 그때 영화를 보며 “고래는 언제 잡나?” 궁금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고래가 꿈을 상징한다는 걸 그땐 몰랐다. 이 얘기를 듣고 오 사장은 웃었다.
지란지교소프트는 스팸차단솔루션 ‘스팸스나이퍼’와 보안 웹파일서버 ‘오피스하드’, 청소년을 위한 유해물 차단 솔루션 ‘엑스키퍼’, 개인정보 보호솔루션 ‘PC필터’ 외에도 그룹웨어, 사내용 메신저 등 다양하다. 최근엔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활용해 외부에서도 안전하게 업무를 볼 수 있는 기업용 제품도 선보였다.
작은 회사지만 제품이 많다. 제품이 많아서 매출이 높은 걸까?
“사업 모델을 변경했다. 패키지지만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기도 한다. 초기 서비스 매출은 적지만 고객들이 하나 둘 쌓이면서 눈덩이처럼 늘어난다. 우리 고객이 1만 곳이다. 고객들은 비용효율적이면서 손쉽게 도입해 사용할 수 있는 제품군에 관심이 많다. 보안 제품들이 많아서 우리보고 보안 회사라고도 하지만 우린 소프트웨어 회사다. 보안은 하나의 카테고리일 뿐이다.” 오치영 사장의 답변이다.
여전히 꿈을 꾸고 있고, 그 꿈을 직원과 사회와 함께 하고픈 오치영 사장을 만났다.
회사 첫 화면이 개인정보보호법 관련된 사항이다. 고객들은 이 법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제품 공급업체로서는 좋은 소식이겠지만 너무 좋아하는 것 아닌가?
우리에게 기회가 오고 말고를 떠나서 개인정보보호는 굉장히중요한 것이다. 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모바일과 소셜 네트워크의 확산으로 개인정보보호는 더욱 중요해졌다. 법제화는 이제 기초적인 걸 하겠다는 것이다. 선진화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지란지교가 일본에서도 좋은 성적을 얻고 있는데 일본의 경우 이미 7~8년 전에 이런 법이 마련됐다. 기업들은 비용이 늘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모든 정보가 디지털화되면서 그만큼 노출의 위협도 증가됐다. 필수장치로 봐야 한다.
‘그린 소프트웨어 팩토리’나 ‘쓰리백’같은 건 다른 회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함이 있다. 무엇인가?
지란지교는 17년 됐다. 소프트웨어 업체로는 오래된 기업이다. 작은 회사였지만 커다란 나무로 자란 회사라고 자부한다. 우린 인터넷에서 유해한 것들을 청소하는 청소부라고 생각한다. 유해사이트 차단이나 스팸 차단, 악성 댓글 차단 등 인터넷의 순기능을 위협하는 역기능들을 막아내는 일을 한다. 기업용 메신저도 업무 생산성을 높여준다. 그린 소프트웨어는 이런 ‘순기능’을 표현한 것이다. 착한 일 해서 돈을 버는 회사다.
쓰리백은 열정과 도전을 가진 기업을 꿈꾸면서 10주년 때 만든 것이다. 목표가 좀 거창하다. 매출 100억원 우선 넘기고, 2014년에 세계 100대 소프트웨어가 되고, 100년 갈 수 있는 회사를 꿈꾸는 것이다. 모든 목표를 다 이룰 수는 없지만 매출 100억원은 넘겼다. 큰 목표를 가져야 크게 이를 수 있다. 100대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려면 1천5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 2009년엔 130억원 가량을 했고, 지난해엔 192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3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4년간 무슨 일이 있었길래 매출이 갑자기 급상승하고 있나? 제품군을 확대한 것인가?
제품군이 많아진 것도 한 요인이겠지만 외형을 키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실을 다졌더니 외형도 커지는 것 같다. 성장률만 본다면 예전이 훨씬 더 높았다. 2002년~2003년까지는 너무 외형을 키운 것 같았다. 그땐 내실없이 외형만 키웠다가 3~4년 고생했다. 다시 원기회복하는 데 3년 걸렸다.
미래를 준비한 지 3년 됐다. 연구개발에 다시 집중하고 나니까 더 커지는 것 같다.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우리는 움츠릴 때가 아니라 치고 나갈 때라고 판단했다. 공격적인 연구개발과 영업 전략이 잘 통한 것 같다.
IT 분야를 잘 보면 10년 마다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큰 바람이 분다. 패러다임이 변하는 것이다. 20년 전이 PC 시대였고 10년 전은 인터넷 시대였다. 지금은 모바일과 클라우드 바람이 불고 있다. 한단계 한단계 나아갈 수도 있지만 바람을 잘 타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매출이 급성장한 것은 수익 모델을 바꿨기 때문이다. 단순 패키지 공급에서 서비스 제공형태로 바꿨다. 단기적인 매출보다 오래가는 회사를 생각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이것이 통한 것 같다.
많은 기업들이 그렇겠지만 우리는 기존 고객들에게 집중했다. 우리 고객이 1만여 곳이다. 하나의 제품을 여러 고객에게 파는 방법도 있지만 고객이 원하는 여러 제품을 공급해도 된다. 15년 이상된 고객들의 요구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더니 매출도 덩달아 늘었다. 초기 제품 개발이 힘들지 한번 만들고 나면 여러 조합을 통해 재생산해 내기는 훨씬 쉽다. 일본 시장의 공략도 한몫을 했다.
출시한 제품들을 보면 반발짝 빠른 제품이 효자가 되더라. 고객보다 두 세발이나 앞서가서는 안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래도 취급하는 제품군이나 영역이 너무 넓은 것 아닌가. 보통은 선택과 집중을 이야기하는데.
제품군이 최근에 많이 늘었다. 여러 고민을 했다. 지란지교는 뭐하는 회사냐?
우리는 보안도 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다. 고객에게 필요한 모든 걸 제공하는 걸 꿈꾸고 있다. 모바일과 클라우드가 우리 영역이 아닐까? 내부 직원들이 하고 싶은 거 다할 수 있는 회사를 꿈꾼다. 지금 내부에서 굉장히 다양한 시도들이 벌어지고 있다. 열정과 애정, 책임을 가지고 있으면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 드림 플랫폼을 꿈꾸고 있다. 좋은 아이템은 좋은 엔지니어, 좋은 마케터들이 있어야 가능하다.
드림 플랫폼이 됐으면 좋겠다.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걸 구체화시키고 이룰 수 있는 회사. 이것이 지란지교의 진정한 경쟁력이라고 본다. 대학교 4학년 때 ‘제일 잘하는 게 뭘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할 수 있는 게 뭔가’ 살펴봤더니 ‘창업’이었다. 좋은 가격에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는 회사를 꿈꿔왔고 실천했다. 최근엔 고객이 필요한 걸 외부에서 소싱을 해서라도 제공하는 회사가 추가됐다.
직원들이 이런 비전을 가지고 실천할 수 있는 회사가 바로 드림 플랫폼이다. 물론 책임은 항상 따른다. 그렇지만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것이 진정한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방대 출신이다. 사업하는 데 힘든 것 없었나. 인맥이나 이런 것들 말이다.
난 그런 거 몰랐다. 인맥으로 비즈니스를 풀어가거나 영업하지 않았다. 제품을 만들어서 무조건 시장과 부딪혔다. 출신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스타일도 아니고 받지도 않았다. 우리 제품은 몇억원이상 되는 것들은 없다. 최적의 가격으로 많은 고객에게 다가설 수 있는 제품 위주로 공급했다. 커스터마이징보다는 패키지를 선호한다. 제품이 좋으면 고객들은 반응한다. 앞서 밝힌대로 그렇다보니 서비스로 사업 모델을 변경할 때도 별다른 무리가 없었다. 인맥만을 중시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여전히 대전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계속해서 대전 사무실을 유지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없애야 할 이유가 없다. 대전에서 시작했고 대전이 좋다. 초기 두 지역의 조직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운영 효율화를 성공해 냈다. 또 충남대학교 같은 지역 대학에서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기도 쉽다. 국내 시장 대부분이 서울에 있고, 취직하려는 이들도 서울을 선호한다. 서울 사람들도 서울 사람을 뽑고 싶어한다. 하지만 대전에 사무실이 있기 때문에 그곳의 유능한 인재를 잘 뽑을 수 있다. 과학벨트도 마련된다. 역할 분담만 잘 하면 된다.
오치영 사장을 비롯해 당시 사업을 했던 이들은 대부분 웹하드 사업을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돈이 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시작했다기 보다는 엔지니어 출신이기 때문인 것 같다. PC를 사용할 때 항상 데이터를 어딘가에 저장해야 되는 문제가 있어서 그걸 해결하려고 시작한 것이다. 모두들 필요한 기능인 건 인정할 것이다. 그걸 가지고 사업을 하느냐 안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다만 우리는 개인 대상보다는 기업 대상으로 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기업 내부에서 협업을 하더라도 안전하게 해야 한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메신저와 궁합도 잘 맞았다.
모바일과 클라우드가 기회라고 했는데 비장의 무기를 준비하고 있나?
지난해 중순에 ‘오렌지드라이브2.0′을 발표했다. 오렌지드라이브는 컴퓨터의 C드라이브처럼 드라이브 형식으로 사용하는 웹하드이자 스토리지다. 서버 한대당 1Gbps의 독립회선을 제공 , 폴더별 권한부여, 삭제된 파일도 되살릴 수 있는 백업드라이브 제공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중소규모 기업과 단체를 대상으로 한 이 제품은 비즈니스와 프리미엄 두 가지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프리미엄(100GB,30유저) 선택 시 월 9만 9천원이다.
앞서 밝힌대로 우린 아주 저렴하면서도 꼭 필요한 제품을 선보인다. 오렌지드라이브도 마찬가지다.
또 아이패드 앱인 ‘다이렉트 리더’도 모바일 시대에 대비한 것이다. 이 앱은 아이패드를 통해 PC에 있는 디스크 드라이브나 폴더에 직접 접속해 다양한 파일들을 열어보고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것도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우리 고객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기 위해 준비한 제품이다. 반응도 좋다.
잘한 결정과 후회되는 결정은 무엇인가.
사업을 시작한 것이 가장 잘 한 결정이다.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멤버십을 하면서 연구소나 대학원, 삼성전자로 갈 수 있는 길이 있었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뭔가 생각해 봤더니 이것이더라. 열정과 비전만 가지고 맘대로 했다. 후배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후회되는 결정은 앞서 말한 것처럼 상장을 위해 외형을 키우려고 했던 것이다. 내실을 생각하지 못했다. 덩치는 커졌는데 정작 안에 근육이 하나도 없었다.
국산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해외 성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다.
소프트웨어 사업은 상당히 힘들다. 벤처를 비롯해 생태계가 마련된 곳들은 미국과 이스라엘밖에 없다. 그나마 이스라엘은 내부 시장이 없어서 초기부터 해외를 지향한다. 특히 국내는 내수 시장 자체가 작다. 보안은 더 어렵다. 내부에서도 팔기 힘들 걸 외부에 팔려고 하니 어디 쉬운가? 문화, 유통구조, 제품의 질 등 소프트웨어는 복합적인 예술이다. 그동안 많은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위기를 극복해 내면서 제품의 질을 높여왔다. 이제 해외로 나가는 통로만 잘 찾아내면 된다. 곳곳에서 조금씩 빛이 보이고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좀더 기다려 달라.
- Reference
http://www.bloter.net/archives/62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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