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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 Column ]/Self Trainning

김형곤, “개발툴로 매출 200억, 신뢰와 자부심이 힘”

김형곤 투비소프트 대표를 찾아가기에 앞서 자료를 좀 조사했다. 1분기 매출액은 3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8.78% 늘었지만 당기순손실은 13억원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인터뷰를 요청해둔 상태에서 좋지 않은 성적표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슬그머니 걱정이 앞섰다.

투비소프트는 지난해 6월 상장했다. 국내에서 개발툴로 상장까지 갔다면 인정할 만 하다. 2010년 매출액은 192억9천만원, 영업이익은 21억5천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각각 27.1%, 1.8 % 증가한 수치로 창사이래 최대 실적이다.

그런데 1분기 성과가 영 신통치 않았다.

어찌된 일일까. 김형곤 투비소프트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지난 7월 상장한 후 1분기 실적 발표는 처음이라 주주들이 깜짝 놀랐을 것이다. 주주들에게는 죄송스러운 일이지만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은 대부분 안좋다. 이를 개선해보려고 하지만 국내 사업 여건상 쉽지 않다. 많은 매출이 4분기에 몰려 있다는 걸 주주들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매출이 늘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라는 것. 김 사장은 내년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 올해처럼 주주들이나 시장이 놀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조금은 긴 호흡으로 회사를 지켜봐 달라는 주문이었다.


개발 툴 회사로 2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기란 쉽지 않다. 투비소프트가 밝힌 사업 내용을 한번 보자.

투비소프트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User Interface)를 제작하기 위한 개발자용 개발툴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관련 컨설팅을 주요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대고객 서비스 화면이나 인사와 회계와 재무와 물류시스템 등의 UI를 개발하기 위한 개발툴 소프트웨어인 마이플랫폼(MiPlatform), 엑스플랫폼(XPLATFORM)이 주력제품이다.

개인들이 자주 접하는 화면이 아닌 기업 고객들을 위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 기업의 수많은 기업용 애플리케이션들의 화면들을 클라이언트 서버와 웹 구조, 혹은 하이브리드 형태로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나 어도비 등이 실버라이트나 에어 등 리치인터넷아키텍처(RIA) 지원 솔루션들을 통해서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국내의 복잡한 업무 환경을 모두 지원하기란 한계가 있다. 그런 빈틈을 투비소프트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서 메워 나가고 있는 것.

핵심 경쟁력인 제품뿐 아니라 투비소프트는 경영진들이 10여년간 함께 시장을 일궈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국내에서 동업을 하지 말라는 말들이 일반화돼 있다. 좋던 관계도 사업을 하면서 틀어지기 일쑤라는 고정 관념이 여전히 팽배하다. 쉽지 않은 개발 툴 영역에서 어떻게 동업을 하면서 상장을 하고 또 다른 미래를 꿈꾸고 있는 지 김형곤 사장과 대화를 나눴다.

동업하면 망한다는 말이 많다. 10년 우정인가? 비결이 궁금하다.

그런 생각 자체를 안해봐서 난감한 질문이다.(웃음) 오래 가려면 신뢰가 깨지면 안된다. 신뢰를지키는 것이 무엇일까? 공동의 목표의식을 버리지 않은 것 같다. 처음에 회사를 만들 때 가졌던 생각들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개인의 이익을 내세우면 깨진다. 그런데 동료들은 여전히 자기 희생을 하더라도 공동의 목표를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무너지기 어려운 신뢰 구조가 쌓여온 것 같다.

외부에서는 투비소프트 경영진들이 회의만 하면 싸운다는 소리를 하더라. 맞는 말이다. 우리는 일을 놓고는 치열하게 싸운다. 각 사업부들의 이해들이 얽혀 있기 때문에 각자의 소신들을 밝힌다. 맨날 싸운다. 하지만 그건 일을 위한 것이다. 회의 시간엔 치열하게 싸우지만 회의실을 벗어나면 합의된 사항을 달성하기 위해 서로 힘을 뭉친다. 싸워도 좋게 싸우는 것이다. 회의 때 조용히 있다가 나가서 싸운다면 회사로도 안좋은 일 아닌가?

최근 경영진들의 고민은 다음 주자들을 키우는 것이다. 우리들이 천년 만년 지금 자리에서 지금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건 회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50년에서 100년 가는 회사를 꿈꾸다보니 자연스럽게 밑에 있는 인력들을 키워서 채워야 한다.

창업한 지 10년이 지났다.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매출 200억원 달성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을 텐데.

아이템을 잘 잡은 것 같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라는 건 사실 소프트웨어에서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아키텍쳐는 계속 변해간다. 시기에 따라 바뀐다. 메인프레임에서 클라이언트/서버, 웹 형태로 발전해 왔다. 이런 변화가 UI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켰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웹이 유행하다 보니 기업들이 이를 검토했지만 웹만 가지고 내부 업무를 모두 처리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클라이언트 서버와 웹이 적절히 조합된 것들이 필요했다. 그 시점에 솔루션을 출시한 것이 지금처럼 성장하게 된 동력이다.

우리가 원래 미들웨어 제품을 가지고 있었다. 시장 규모나 시장 성장세를 보더라도 미들웨어가 무척 탐나는 영역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시장으로 가지 않았다. 미들웨어를 하려면 내부 인력도 무척 많아야 하고 기술 투자도 상당해야 한다. 또 만드는 것과는 별개로 기업 시장을 뚫기가 쉽지 않다. 기업들도 그 제품이 좋은 지 아닌 지 판별하는데 오랜 시간과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형 소프트웨어 벤더들 아니면 미들웨어나 시스템 소프트웨어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UI 제품을 제공하고 대신 옵션으로 미들웨어가 필요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형태를 취했다.

미들웨어를 가지고 있었더니 주위에서 인터넷게임을 개발해보라고 했다. 시나리오와 엔진은 사면 되지만 핵심은 트랜젹션을 처리할 수 있는 미들웨어였기 때문이었다. 근데 그 길로 안갔다. 기업용 소프트웨어만 하던 사람들이 아무런 준비없이 개인 대상으로 하면 망하기 때문이다.

1분기 실적이 안좋았다. 회사 가치에 대한 평가는 좋지만 주가도 안받쳐주는 것 같다.

5년전에는 4분기 매출이 전체 매출의 50%였다. 지금은 40%로 내려갔다. 그나마 평평해지고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 매출 구조는 이런 구조를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 고객들의 회계연도가 대부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다. 1분기에 집행하는 기업들은 거의 없다. 지난 해에서 넘어온 프로젝트를 정리하는 수준이다. 1분기 실적 구조가 하루 아침에 바뀌는 구조가 아닌 것 같다. 우리 입장에서는 잘 했다. 제품 매출이 오히려 더 좋았다. 우리 내부에서 보게되면 늘어났다. 용역이 줄어들었다. 2분기는 더 좋아질 것 같다. 매년 12월 매출을 앞으로 당기려고 하는데 잘 안된다. 주주들도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바라보면 편해질 것 같다. 2010년 6월 상장 후 1분기 실적 발표는 우리도 처음이다.

상장 후 변한 건 무엇인가? 개발만 하다가 주가에 신경을 쓰기가 여간 쉽지 않을 것 같다.

거의 변한 게 없다. 시장에 대해 책임감은 늘었다. 의무감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해오던 대로 해 간다. 상장 전에도 일본 상장을 위해서 준비한 것들이 있었다. 공시까지는 아니지만 경영 계획 아래서 몇 년간 경험을 해 왔다. 상장이 특별히 낯설지 않았다. 당시는 한달에 한번 실적 가지고 토론하고 했다.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지 않는 이유는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주주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회사 규모가 늘어나면서 내부적으로 갖춰야 될 체계들이 부족한 게 많다. 업무를 지원하는 것들이 모두 시스템으로 돼야 한다. 개선해야 되는 것들이 많아서 정비하고 있다. 인사관리 체계도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돈을 투자해 인사 컨설팅을 받고 있다. 이런 것들이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성장에 이로울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변한 것도 있다. 내부 조사를 해보면 다른 회사와 가장 차이 나는 게 확실히 하나 있다.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다. 우리 회사가 사회에 기여하고 고객들의 발전에 기여를 하고 있다는 내부 구성원들의 자부심이 무척 높다. 상장 후 더 늘어난 것 같다. 불만도 물론 있지만 이는 개선하면 된다. 자부심을 하루 아침에 높여주기는 쉽지 않다. 임직원의 마음이 이렇기 때문에 2~3년 후 회사는 더 좋아질 것이다.

이전 인터뷰를 보면 교육 사업에 대해 다른 기업보다 상당히 강조했다.

우리의 사업은 패키지 소프트웨어 개발이다. 어려웠어도 이걸 포기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다. 패키지를 만들겠다는 건 커스터마이징을 안하겠다는 것이다. 솔루션 개념의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고객 사이트에 인력을 투입하는 모델과는 전혀 다르다. 우리의 손을 완전히 떠난 제품이 고객들의 손에 의해 커스터마이징 되면서 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 당연히 잘 쓰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투비소프트에게 교육 사업은 무척 핵심적인 영역이다. 콜센터 직원도 10명이 넘는다. 지원 체계를 만들기 위해 많은 투자를 했다.

우리 제품이 개발툴이다보니 사용 방법을 잘 알아야 하는 건 필수적이다. 우린 교육 사업을 안하면 안되는 회사다. 글로벌 벤더처럼 교육을 받을 때 돈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교육 자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교육팀이 노동 강도가 다른 팀에 비해 훨씬 높다. 또 교육 인력들의 기술적인 이해도도 우리 제품에만 한정돼 있지 않다. 고객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매출 구조를 보면 패키지 제품 매출은 떨어지는 데 서비스 분야는 높아지고 있다. 올 1월 총 5억원을 출자해 시스템 구축(SI) 컨설팅 전문업체인 ‘투비코어’를 설립했다. 솔루션 업체가 서비스까지 손대겠다는 것인가?

약간의 오해가 있을 수 있겠다. 공시를 하면서 소프트웨어 유지보수를 제품 매출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유지보수 매출도 올라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 SI 회사를 만든 건 UI에 대한 컨설팅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봐도 기업 UI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제품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다. 공들여 투자한 인프라를 활용하는 사용자들이 UI가 안좋아 사용성이 떨어지면 안된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아키텍처를 잡을 때부터 우리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

과거에는 좋은 제품만 전달하면 됐지만 지금은 UI의 모든 것을 제공하는 형태로 바뀌어가고 있고, 고객도 원하고 있다. 기존 개념의 SI는 회피하고 싶은 건 사실이다. 볼륨을 키우려면 키울 수 있다. 프로젝트를 우리 인력으로 모두 하면 된다. 고객들은 우리가 직접 프로젝틀 하겠다면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프로젝트 초기에 공통 모듈이나 전체 UI 설계를 위해 한 두명 파견하는 경우는 있지만 우리가 직접 모두를 하지는 않는다. 고객 프로젝트가 잘 되게 하기 위해서 개입하는 것이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투비소프트는 2008년 10월 도쿄 사무실을 개설한 후 2010년 2월 히다치시스템&서비스와 솔루션 공급과 파트너십 체결까지  1년 3개월 걸렸다. 전체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8.09%를 차지하는 건 적은 규모는 아닌 것 같다.

일본 매출이 발생한 건 2002년 노무라하고 계약을 하면서부터다. 그동안 많은 경험을 해 왔다. 초기 일본 시장은 한국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이 안좋았다. 하지만 지난 10년 안에 급변했다. 많은 일본 기업들은 필요한 건 만들어서 써왔다. 그것이 ‘바이블’이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필요한 건 사서 써도 된다는 인식들이 퍼진 것 같다. 파트너들도 두 세곳 더 대기하고 있다. 짧은 기간동안 아주 큰 회사와 관계를 맺은 것이 다행이었다. 매년 일본 매출을 두배 성장시키겠다는 목표가 있는데 일본 지진 피해로 인해 어떨 지 모르겠다.

일본에서 통한 것은 아시아 문화권이기 때문인 것 같다. UI 선호도가 문화권에 따라 다른데 우리와 일본은 비슷했다. 한 화면에 여러 내용을 집적하는 걸 우리나라나 일본 고객들이 좋아한다. 기능도 많고 복잡하다. 그런 걸 잘 지원하는 소프트웨어가 잘 팔린다. 한국 시장에서 견뎌낸 것이 도움이 됐다. 일본 고객들 입맛에도 맞았다. 지금 일본 시장은 이제 초기 단계다. 씨를 잘 뿌려놓으면 정말 괜찮을 것 같다. 국내 매출도 추월하는 시기가 올 것 같다.

엔터프라이즈 RIA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는가? 정점을 찍었다는 견해도 있다.

현재 매출을 일으키는 고객사들이 1천여개가 된다. 물론 여전히 UI 분야가 전체 IT 예산 중 차지하는 퍼센트가 작다. 하지만 여전히 상장 기업과 비상장 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하지 못한 곳도 많다. 단일 제품으로 100억원 가량 매출이 한계라고 본 적이 있는데 지금은 한 300억원 까지는 갈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 앞서 밝힌 대로 해외 시장도 시간이 걸리지만 하나씩 개척해 나가고 있다. 또 우리는 B2C 시장으로 직접 진출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B2B 고객들이 B2C로 나아가는 경우가 있다. 기업들은 필요한 서비스에 돈을 내고 있다. 우리가 이런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제품들을 제공하면 엔터프라이즈 RIA 시장과는 다른 시장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밝힌 것처럼 우리가 게임 사업에 뛰어들지 않은 건 내부에 경험자들이 없기 때문이다. B2C 시장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잘하는 분야에서 조금씩 가지를 치고 나아가야한다. 경험하지 않은 인력들에 맡기면 100% 프로젝트는 산으로 가게 돼 있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잘 내린 결정과 후회되는 결정은 무엇인가?

2002년~2003년은 정말 먹고 살게 없었다. UI  제품이 나오기 전의 공백기였다. 초기 사업은 계좌통합 솔루션이었는데 이것도 은행들이 통합되면서 시장이 없어졌다. UI에 집중하기로 결정하고 솔루션이 나오기 전까지 1년 반 가까이 시간이 걸렸다. 직원 20명이 넘었다. 산 사람은 살자고 했다. 구조조정을 생각했다. 그런데 직원들이 “월급을 반을 줄이자”고 뜻을 모았다. 잘 버텨낸 덧 것 같다. 모바일 뱅킹이 갑자기 뜨면서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 그 고비를 넘기면서 연구개발을 계속 해 나갔다. 그 당시 결정이 저나 회사에게 있어 가장 큰 전환점이 됐다.

후회되는 결정은 신규 사업에 대한 모호한 태도였던 것 같다. 신규 사업을 시도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신규 사업을 접은 것이 잘못된 결정이 아니라 처음 신규 사업에 뛰어들 때 제대로 결정을 못한 것이 문제였다. 당시에는 해보고 잘되면 더 투자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사고 방식으론 100% 망하게 돼 있다는 걸 알았다. 거기에 운명을 걸지 않으면 될 것도 안된다. 새로운 걸 하려면 제대로 걸고 해보려고 한다.

- Reference
 http://www.bloter.net/archives/61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