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바일, 엔터프라이즈
지난해 11월 28일을
기억하시나요? KT가 아이폰3GS 공식 런칭쇼를 선보인 날입니다. 한국 시장에 스마트폰 열풍을 불러온 역사적인 날입니다.
열풍을 넘어 광풍의 바람은, ‘2010년 스마트폰 사용자가 200만대 혹은 300만대 정도 판매될 것’이라는 예측들을 보기좋게 날려버렸습니다. 올초 12~13종의 스마트폰을 쏟아낼 것이라고 밝혔던 SK텔레콤은 올 한해에만 24종의 스마트폰을 쏟아냈습니다. ‘융단폭격’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입니다. 물론 삼성전자의 겔럭시S에 올인했지만.
최근 가트너가 밝힌 2010년 3분기
휴대폰 시장 관련 자료에 따르면 노키아 (Nokia) 33.6%, 애플 (Apple) 16.7%, 림(Research In Motion) 14.8%,
삼성전자 10.0%, HTC 8.0%, 기타 16.8% 순이었습니다. 1년 전만 해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존재감을 찾아볼 수 없었던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 10%를 차지하면서 외형적으로만 보면 위기를 극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안드로이드가
삼성전자나 SK텔레콤에겐 구원의 동아줄이 된 셈입니다.
1년전만 해도 국내에서 스마트폰이라고 해봐야 삼성전자의 블랙잭과 미라지, T옴니아 등이 고작이었고, 사용자도 30만명 가량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규모는 500만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새롭게 출시되는 휴대폰 중 일반폰과
스마트폰 비중도 거의 비슷해졌습니다. 늦바람이 무섭다는 게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고스란히 맞아 떨어진
해입니다.
게다가 지난 13일 삼성전자가 SK텔레콤을
통해 ‘갤럭시탭’이라는 태블릿도 출시했고, KT도 애플의 아이패드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올 한해가
스마트폰 경쟁의 첫해였다면 2011년은 스마트폰과 함께 태블릿 전쟁이 본격화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안드로이드 진영이 쏟아낼 태블릿만 연말까지 전세계적으로 40여 종에
달할 것이라는 조사도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느낀 지난 1년간의 소감들을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1. 소프트웨어의 중요성 인식…하지만
갈 길 먼 현실
최근 블로터닷넷과 통화한 한 개발자는 가장 큰 변화로 “소프트웨어와
개발자들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달라졌고, 지원 프로그램들도 많아졌다”고 말했습니다. 통신사나 지방자치단체, 각 정부 기관들이 진행한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은 열 손가락으로 꼽기엔 부족합니다. 너무나 많아진 것이죠. 그동안 하드웨어 위주의 산업화 시대 모델에
익숙해있던 우리나라 사업 주체들이나 지도층들은 스마트폰 광풍 속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뼈져리게 느꼈을 겁니다.
물론 중요성을 느낀 것과 그만큼 소프트웨어 개발자 생태계가 선순환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 냈느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위기감에 밀려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쏟아붇고 철야를 밥먹듯이 하면서 애플을 따라잡자고 외쳤던 만큼 얼핏 성과를
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개발자들이 창의적인 생각들을 쏟아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는 데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IT 서비스 업체들이 만들어 놓은 수직 계열화된 IT 프로젝트 생태계에 종속돼 있던 개발자들이 모바일 분야로 빠르게 눈을 돌리고 있지만,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문제가 부각만 됐지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수술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못내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전의 문제는 그대로 둔 채 관심만 모바일로 옮겨졌을 뿐입니다. 정부나 대기업들이 어떻게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변화시킬 지에 대한 고민은 별로 볼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10%의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위기감에 빠졌던 정부 당국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빌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을 키워내겠다며 단기적 프로젝트에 매몰돼 있는
것을 보면 여전히 남의 다리를 긁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2. 플랫폼의 중요성 부각
스마트폰 광풍은 단순히 이동통신 영역에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닙니다. 지난 1년간 국내 개발자들은 국내 서비스와 연동하기보다는 해외 서비스들과 자신의 서비스를 연동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스마트폰과 함께 국내 사용자층을 빠르게 흡수한 트위터나 페이스북, 포스퀘어같은
서비스들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이 공개한 API를 통해서 부가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이런 서비스들을 스마트폰에도 이식시키는 것이죠.
이제 스마트폰을 통해 해외 플랫폼 혹은 대표 서비스들에 아주 쉽게 다가설 수 있게 됐습니다.
스마트폰 플랫폼은 애플과 구글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절치부심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는 중입니다. 이 회사들은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SNS들을 전세계로 빠르게
확산하는 역할까지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나 NHN,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대표적인 국내 포털들이 플랫폼을 개방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이런 경쟁과는 별개로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삼성전자가 ‘바다’라는 독자 플랫폼을 선보였습니다. 바다 플랫폼이 탑재된 스마트폰도
해외에서 100만대나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지만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거의 전무합니다. 심지어 본토인 한국에서는 바다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언제 출시될 지도 모릅니다.
전사적으로 계속해서 밀고 나갈 지 아니면 다른 플랫폼을 도입할 때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것인 지 정체마저 불분명합니다.
이동통신사들도 애플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스마트폰 플랫폼
업체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자적인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습니다. HTML5, CSS로 대변되는
표준 기반의 앱생태계를 만들어 보겠다고 큰소리치고 있지만 워낙 이해관계가 많이 걸려 있어 단기적으로 성과를 논하기에는 아직 힘들어 보입니다.
3. 현지화 전략 vs. 글로벌
전략
애플과 철저한 협력 모델을 기반으로 한 삼성전자의 모델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삼성전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폰7, 리모, 자사의 ‘바다’ 등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반면 애플은 자신의 운영체제가 얹어진 디바이스를 1년에 한 종 쏟아내면서 시장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애플의 이런 전략이 삼성전자를 비롯해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것처럼
보입니다. 아이폰 유통을 꺼렸던 통신사들은 안드로이드 진영에 ‘올인’했습니다. 우리나라 SK텔레콤이
그랬고, 미국의 1위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 와이어리스가 그랬습니다. 거기에 수많은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를 지원하면서 이제 안드로이드는 댓수 면에서 아이폰을 훨씬 앞지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를
발표할 때, 애플처럼 하루 날잡아 발표장에서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행사를 개최합니다. 미국으로 날아갔다가 유럽으로 다시 싱가포르 등 아시아에 나타났다가 남미로 날아갑니다. 국내 발표 행사도 별도로 마련합니다. 제공하는 보도자료도 엇비슷합니다. 안드로이드가 제공하는 기본 기능 이외에 현지 파트너들과 손을 잡고 생활 밀착형 애플리케이션들을 제공해 대응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행보를 지적만 할 수는 없습니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아니고, 애플 또한 삼성전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가 애플이길 원하는
사용자들이 있지만 둘 사이의 기본 비즈니스 모델은 아주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철저한 현지
지원에 초점을 뒀고, 어떤 OS가 나오든 통신사가 원하는
것을 적시에 제공하면서 입지를 마련했습니다. 노키아를 추격했던 것도 바로 이런 전략덕분이었고, 어쩌면 빠른 시일 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10%의 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도 이렇듯 철저한 현지화 덕분일 것입니다.
이런 현지화 전략은 분명 장점이 있지만 내부적으로 떠안아야되는 비용과 인력의 증대를 가지고 옵니다. 대표적인 것이 운영체제 업데이트의 차별적 적용일 것입니다. 애플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통신사의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인색합니다. 그 결과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손쉽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하게 업데이트를 하고 그 과정에서 현지 언어를 지원하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업데이트면 이걸 가지고 다시 각 현지의 통신사마다 최적화시켰던 서비스들과
다시 한번 궁합을 맞춥니다. 안드로이드 2.2 업데이트가
나라마다 다르고, 국내에서조차 약속했던 시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도 삼성전자의 이런 전략 때문이죠. 통신사들이 자신들의 특화 서비스를 모두 집어넣으려 하니 이런 서비스도 최적화해야 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죠.
구글이 조만간 안드로이드 2.3인
‘진저브레드’를 선보인다고 했을 때 국내 제조사들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 입에서 “여유롭고 한가로운 연말연시는 애저녁에 물건너 갔다”는 자조섞인 이야기들이
쏟아진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는 단순히 안드로이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바다’를 선보일 때도 동일한 문제점에 노출됐습니다.
개발자들의 역량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로 이것은 조직 개편과 같은 전사적인 의사결정이 선행돼야 할 문제로 보입니다. 삼성전자와 유사한 전략을 취하고 있는 LG전자나 팬택 같은 국내
제조사에게도 해당되는 문제입니다. 단기적인 대응에는 성공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수익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4. PCC 중요성 대두 : 경험을
유지하라
애플이 아이패드를 출시하면서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선발 주자였던 아마존이 시장의 예상과 달리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이유는 킨들과 킨들2라는 제품의 경쟁력과 함께 ‘개인화
클라우드 컴퓨팅’(Personal Cloud Computing) 서비스가 연동돼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마존에서 전자책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어떤 디바이스를 사용하든 상관없이 자신이 읽고, 메모했던 콘텐츠를 동일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애플이 iOS 4.0을 선보이면서 아이북을 아이폰용으로 제공하고 동시에
동기화 기능을 제공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아이폰에서 읽던 전자책을 아이패드에서 읽더라도
사전에 체크해 놓고 메모했던 것들을 그대로 확인하면서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이죠. 구글이 크롬에서 동기화
기능을 최근 추가한 것도 바로 이런 ‘경험의 유지’ 때문입니다. 애플은 조만간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오픈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폰 7′ 발표에서 선보였던 많은 서비스 기능들은 클라우드 컴퓨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들입니다.
KT나 LG유플러스, NHN, SK텔레콤 등이 유클라우드나 유플러스박스, 엔드라이브와
같은 서비스들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통신사들과의 관계때문에 이런 서비스를 국내에 선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단말기의 펌웨어 업데이트를 지원하는 ‘키스(KIES)’를 통해 관련 기능들을 하나씩 집어 넣으려는 것도 이런 흐름을 읽고 있기 때문입니다.
5. 조급증은 금물…기업
고객들 아우성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국내 기업 고객들은 조급증에 걸려 있는 듯 보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개별 스마트폰 운영체제에 대한 내부 검토와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의사결정자들은
경쟁사에 비해 스마트폰 도입이 늦어진다고 실무팀들을 채근하다보니 일단 앞다퉈 모바일 오피스를 구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곳 저곳에서 문제점들을 호소하는
목소리들이 들리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무조건 빨리 프로젝트를 끝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운영체제 지원을 위해 다시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됐습니다. 구축한 업체는 구축 업체대로 하소연이고 기업 담당자들은 왜 이리 점검할 것들이 많은데 빨리 끝내라고 아우성인지
모르겠다면서 우는 소리를 합니다.
스마트폰은 구성원들의 개인 소지품이기 때문에 이 기기를 사내의 무선망에 연동시킬 때 보안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회사의 정책에 따라 무선랜에 접속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죠. 애플의
아이폰에서는 개별 기업들이 자신들의 업무에 사용할 수 있는 별도의 앱스토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도 아직 파악을 못한 기획자나 관리자들도 많습니다.
안드로이드가 2.2, 2.3, 3.0으로 업그레이드 되면 어떤 준비가
내부적으로 필요하고, 이 폰들을 제공하는 통신사나 제조사들이 어떤 지원을 할 지 물어보고 도입하는 고객들도
많지 않습니다. 내부 인력들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3개월
내에 끝내라’고 할 문제는 아닌 것이죠. 이제 태블릿 제품들도
쏟아집니다. 전체적인 모바일 디바이스 도입 정책을 마련한 후 자신들의 몸에 맞는 것들을 찾아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입니다. 사실 실무팀들은 이런 사실을 다 알고 있지만, 경영진들의 압력이 프로젝트를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몇가지 정리해 봤는데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조만간 전문가들과 지난 1년을 함께 돌아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보겠습니다. 빈 틈들은
그 때 더 알차게 채워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개인적으로 스마트폰을 쓰면서 통신비가 일반폰을 쓸 때와
비교해 3-4만원 정도 더 나가고 있습니다. 2년 약정이
끝나려면 2012년 초가 돼야 할텐데요. 그 때가 되면 일반폰을
시중에서 구매를 할 수 있을까요?
- Reference
http://www.bloter.net/archives/42455
뉴스의 한소절 中